묘사하는 마음

🔖 <라스트 제다이>는 포스란 그것을 갖지 못한 자의 운명을 좌우하는 ‘귀족들'의 특권이나 지지하는 정치세력을 보위하는 군사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새롭게 규정된 포스는 계급과 혈통에 무관하게 누구나 닿을 수 있는 힘이되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계속 탐구해야 할 에너지에 가깝다. 이것이 혁명적인 결단인 까닭은 선행한 6부작을 통해 시스에서 퍼스트 오더로 이어지는 악을 막아낼 유일한 힘으로 알려졌던 제다이 기사단의 존재 이유를 소멸시키기 때문이다. 포스가 선악을 떠나, 이미 존재하는 정치권력을 호위하는 무력으로서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 조지 루카스의 프리퀄이 심지어 혈중 미디클로리안 농도로 포스의 서열을 정했던 것을 상기하면 지각변동이다. 7편의 부제에서 ‘깨어난 포스’는 그저 이번엔 제다이 쪽이 서브권을 가졌다는 이정표가 아니라, 은하계 모든 이름 없는 자들에게 잠재된 포스의 각성이 도래했다는 선언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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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베이더의 혈통에서 자신이 특별하다는 근거를 찾는 카일로 렌에게는 권위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고, 궁극적으로는 ‘아버지’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앞 세대를 제거할 수 있다. 반면 레이는 과거가 없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자유롭다. 레이에게는 모델이 아니라 선생님이 필요할 뿐이다. 외부에 의지하지 않는 단단한 중심을 가진 레이는 불안하지 않기에, 로즈의 대사처럼 대립하는 대상을 없애지 않고 필요한 바를 취할 수 있으며, 사랑하는 것을 지키면 족하다.